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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기 성평등문화캠페인] 마법의 性을 두드리다.
작성자 최진경 등록일 2016-03-09 조회수 2917
 
   캠퍼스가 아직은 익숙지 않았던 스무살. 점심을 먹고 느릿느릿 교정을 걸어가던 중, 파란 부스가 모여있는 것을 보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성호관 잔디밭에서 '08기 성평등문화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다. 호기심에 들어간 곳에는 흥미로운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데이트폭력, 성희롱, 피임 등.. 다양한 주제의 부스가 차려져있었다. 그 중에서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콘돔 올바르게 씌우기'였다. 나는 당시 이 프로그램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고등학생때, 받았던 성교육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수업중 보건 선생님은 콘돔의 피임 확률과 성병이예방된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하지만 긴 나무모형 앞에서 그것의 포장지는 찢지 않은 채, 자세한 사용법에 대해서는 알려주시 않으셨다. 보건선생님은 성교육 수업을 마치면서 반아이들에게 콘돔 하나씩을 나눠주셨다. 당시 우리는 18살 여고생이었고, 호기심이 넘치고 개구진 아이들 덕분에 성교육 수업이후 교실 바닥에는 온통 콘돔들이 굴려다녔다. 발에 밟혀 시커매진 콘돔을 보면서, 포장지에서 나와 널부러진 그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민증도 나오고, 술도 당당히 마실 수 있게된 20살. 성인이 된 그 날도 나는 그 콘돔 앞에서 '콘돔 올바르게 씌우기'를 하면 안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올바르게 씌우는 학생에게 주는 머그컵이 탐났지만, 그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채, 뜯지 못한 콘돔 하나를 들고 수업에 들어갔다.
 
 
  생각해보면 초중고등학생 동안 성교육 수업은 꾸준히 받아왔다. 낯선 아저씨에게 '안돼요!', '싫어요!' 라고 외치는 것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내 몸에 나타나는 2차 성징 등....  심지어 중학생때는 남자는 하늘색 종이에 여자는 분홍색에 혼전순결을 맹세하는 서명운동을 전교생이 해야했었다. 그리고 여고생때는 9년 간 성교육으로도 알아내지 못한 그 무언가에 대해서 친구들과 얕은 지식으로 토론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순결의 의미, 그리고 그것을 잃는 다는 것, 성, Sex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는 것이었고, 그럴 수록 그것들은 더욱 모호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성인이 됐다. 대학만 보며 달려오다가 갑자기 어른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이것은 스릴 넘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저 시간에 맡겨 사고와 행동이 적응 되길 바라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것은 학내에서도 빈번히 느끼는 문제였다. 대학에 들어와서 신기했던 것은 여고때와는 다르게, 남녀가 함께 있는 대학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존재했다. 또 학교 소문으로 어떤 사람은 피해자가 되는 동시에 여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내가 신입생때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했던 술게임들이 문제로 이슈화되고 있을 만큼 스스로의 성인지가 많이 뒤떨어져있음을 알게됬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게되면서, 12년간 앉아서 듣고 보기만 했던 성교육 수업에서 벗어나 일어서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런 기회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교내 성폭력상담센터에서 주최하는 '성평등문화캠페인'이었다. 나는 사실 이번이 두번째 서포터즈 참여이다. 이전에 그 콘돔사건에서 충격을 받고, 학교생활을 하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다음해 09기 성평등서포터즈(성호관 스캔들)에 지원했다. 그리고 11기 성평등 서포터즈 '아주대, Equal Easy 이꼴이지'에도 다시한번 참여했다.
 
 09기를 참여하면서 성폭력상담센터 선생님에게 배웠던 인권, 성평등, LGBT 등 다양한 지식들을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번 11기에서도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두팀으로 나눠 '데이트폭력'과 '남녀 성차별'에 대해서 다뤘다. 우리팀은 데이트폭력을 주제를 다루게 되었다. 부스 기획을 위해 팀원들과 주제에 대해 어떻게 다룰지를 얘기하면서 평소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생각들을 나누게 되었다. 다른 의견도 있었지만, 생각지 못했던 의견도 듣고 내 의견도 나누면서 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이 과정에서 사랑과 폭력 집착. 그 사이와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되었다. 
 
 
 
                    
 
 
  특히 우리는 데이트 상황에서 집착과 폭력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위험하다는 경각심을 알려주기 위해 위와 같이 드라마, 공익광고, 시사프로그램을 이미지를 차용하고 세가지 문구를 빌려왔다. 또한 데이트폭력이 신체적 폭력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언어적, 성적, 금전적... 등 다양한 유형의 폭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이것들을 조사해 정리하였다. 
 
 
               
 
 
그리고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들을 들었다. 사람들은 데이트폭력을 당한 혹은 당하고 있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하고 데이트에 대한 생각들, 연인간 폭력에 대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욕설, 외모비하 발언이 폭력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쪽지들을 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데이트폭력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성호관에서 열린 '아주대 Equal Easy 이꼴이지'는 준비해온 사은품이 조기에 떨어지는 등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성황리에 끝났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데이트폭력, 성평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시키는 것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 또한 성평등, 성폭력 등 에 대해 오히려 부족한 점들을 깨닫게 됬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6년 전 고등학생인 내가 받았던 성교육의 틀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지금도 네이버 검색창에 '콘돔'이라는 단어를 치면 성인인증을 해야한다. 콘돔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검색창에 고등학생의 나이, '18살'을 치면 . '18살 임신'이라는 검색어가 1순위로 뜬다. 오늘날 청소년들에게도 여전히 콘돔도 혹은 성문제도 아직은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른들은 유해한 것으로 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하지만 18살 청소년들은 그래서 더 알 수가 없고 물어볼 곳이 없어 결국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상태를 검색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이중적인 (배우는 동시에 알아서는 안되는) 성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생각한다. 2012년 스무살때 난생 처음. 그것도 교내에서 진짜 콘돔의 올바른 사용법을 배우고 충격을 받은 것처럼, 이런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꺼내기 어렵고 말하기 힘들었던 성문제, 데이트폭력, 성폭력에 대한 문제들을 잠깐이라도 생각하고 작은 포스트잇에 자신의 의견 한줄을 적거나 한마디라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기회를 가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들만으로 우리는 우리가 그동안 금기시했던 성에 대해 좀더 친해지고 문제들에 대해 민감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도전하고 행동하는 것이 대학생이라고 한다면 나는 성평등문화캠페인을 통해 할 수 있다. 11기 성평등문화캠페인의 서포터즈로 참여하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즐거움과 배움을 동시에 얻어갈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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