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영화 여성들, 안녕하십니까② 영화계 내 성폭력과 성 불평등, 침묵을 깨다 | |||||
작성자 | 황진아 | 등록일 | 2018-01-08 | 조회수 | 36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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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magazine M은 지난 3년 간 한국영화 속 여성의 지위와 존재감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2010년대에 들어 한국영화의 여성 배제는 눈에 띌 만큼 두드러졌고, 대형 투자·배급사가 만드는 영화일수록 내적 다양성은 더 담보되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여성뿐만 아니라 중국 동포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영화들이 논란이 됐다. 세상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데 한국영화는 그에 조응하고 있는가.
영화계 내 성폭력과 성 불평등,
영화산업의 남성 중심 시스템과 힘의 논리 속에 자행돼온 성폭력과 성 불평등 문제가 드디어 침묵을 깨고 수면 위로 드러났다. 올해 국내외 영화계를 들끓게 한 젠더 이슈와 그로 인해 촉발된 변화의 단초를 돌아봤다.
#영화계_내_성폭력 #MeToo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영화계_내_성폭력’ 경험을 고발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진 지 꼭 1년 만이다. 다시, 침묵이 깨졌다. 성폭력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폭로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올 연말 전 세계를 달궜다. 그 불길은 어느 때보다 거셌고, 확고했다.
“본의가 아니었다.” 과거 기득권층의 무수한 성추행·성폭행 사건을 유야무야 마무리한 이 변명은 더는 통하지 않았다(호프만은 실제 이렇게 둘러댔다가 더 격렬히 지탄받았다). 웨인스타인 컴퍼니는 창립자 하비 웨인스타인을 해고했다. 할리우드 제작자 조합과 아카데미 시상식 협회는 그를 제명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웨인스타인 컴퍼니와 결별을 선언했다. 스페이시는 남성 배우 앤서니 랩이 열다섯 살에 불과했던 1986년 성추행한 사실 등이 드러나며 자신이 주연·총제작해온 넷플릭스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2013~)의 제작 중단을 알리고 마지막 시즌에서도 하차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 신작 영화는 그를 삭제한 새로운 포스터를 서둘러 공개했다.
피해자는 있되 가해자는 없다?
한국영화계에서도 여성 배우의 취약한 인권이 여러 조사와 법정 공방을 통해 드러났다. 영화 ‘전망 좋은 집’(2012)의 배우 곽현화는 이수성 감독과 구두 약속대로 극장 개봉 당시 삭제됐던 노출 장면이, 2013년 자신과 협의 없이 IPTV와 VOD로 공개되자, 이 감독을 성폭력처벌법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얻어내지 못했다. ‘촬영 분량에 관한 모든 지적 재산권이 감독에게 있다’는 계약서 문구 때문이다. 곽현화의 법정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영화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쓰이는 ‘샘플 계약서’를 사용하는 한, 현장에서의 구두 약속에 대해 배우나 스태프가 보호 받을 길이 없다”고 경고했다.
A씨는 2014년 한 영화에서 가정 폭력 연기 도중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상대 여성 배우에게 고소당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A씨가 당시 “배역에 몰입해 연기했”고 이는 “‘업무상 행위’”라며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10개월 뒤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었다. 해당 영화의 감독이 피해 배우가 없는 자리에서 A씨에게 “강간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미친 사람처럼” 연기하라고 지시했음이 밝혀진 바. 피해 배우 측 조인섭 변호사는 2심 재판부가 “감독의 지시라 하더라도 연기 내용에 대해 피해자와 공유되지 않은 이상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으며, 연기로 인한 우발적인 행위라도 강제추행이 인정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촬영장 추행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영화산업의 성 불평등은 시스템이다
지난 12월 여성영화인축제의 포문은 ‘성 평등 구현을 위한 영화정책 포럼’이 열었다. 단상에 나선 ‘재꽃’(7월 6일 개봉, 박석영 감독)의 안보영 프로듀서는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경쟁 부문(새로운 선택) 단편 초청 감독 성비가 여성이 60%로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며 “창의적이고 준비된 여성 감독이 이만큼 많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말문을 뗐다. 반면 장편 초청 감독 성비는 여성이 27%로 남성(73%)의 절반에도 못 미친 바. 그는 이를 “재능 있는 여성 감독들이 독립영화계에서조차 장편 제작 시스템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 프로그래머에 따르면 100년 넘는 영화사 속에 여성 감독의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5~10% 사이를 유지해왔다. 가장 많은 영화 자본이 집중되는 할리우드는 여성 감독의 비율이 4%대에 머물러왔다. 조 프로그래머는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수치가 유지되고 있다는 건 성 불평등이 인위적으로 굳어진 시스템이라는 얘기”라며 “정책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향후 1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크고 뜨겁게 들려온 올해 여성 영화인의 목소리
“저는 ‘미씽:사라진 여자’가 우리 시대 여성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모성으로만 해석하는 분들로 인해 (제작 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혀 슬프기도 했어요. 그래서 영화를 더 치열하게 찍었습니다.” -배우 엄지원
“성 평등 운동은 남성이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아 여성에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성별의 공익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지형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임순례 감독
“‘아이 캔 스피크’에서처럼, 우리 사회를 보면 아줌마들이 나서서 해내는 일들이 정말 많잖아요. 영화계에도 여성들이 뛸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배우 나문희
“여성 감독이 연출하는 제작비 100억원대 영화도 나와야 합니다.”
http://entertain.naver.com/read?oid=025&aid=0002783660
기사입력2017.12.21 오후 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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